러시아 승점 삭감, 한국에겐 득이 아닌 독

현재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와 0-0 무승부, 알제리와 4-2 패를 기록하며 0승 1무 1패로 H조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국대표팀에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였던 러시아와 한국의 경기에서 러시아 팬들이 켈트십자가의 이미지를 들고 응원을 펼친 것을 두고 승점 삭감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켈트십자가는 과거 신나치주의자 (네오 나치)들에 의해 사용되던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최근 인종차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직접적으로 승점 삭점, 벌금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러시아 대표팀은 유로2012 예선 당시에도 일부 러시아팬들이 흑인 선수들을 "원숭이"에 빗대 조롱한 사건이 발생해 유럽축구연맹으로부터 승점 6적 삭감과 벌금 12만 유로(약 1억 7000만)의 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다. 현재까지 월드컵에서는 본선 조별리그 도중 참가국이 승점을 삭감당한 전례는 없지만 최근 인종차별과 관련해 점점 더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기에 "켈트십자가 사건"도 과거와 같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축구장에 불어닥친 인종차별 주의, 러시아의 승점삭감 가능할까?


축구는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와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세계적인 스포츠인 만큼 다양한 피부색, 정치적 성향, 종교를 가진 선수들이 어우러져 경기에 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축구연맹은 축구장안에서 그 어떤 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과거부터 금지해 왔으며, 최근에는 보다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시즌, 각종 대회마다 어김없이 국제축구연맹에서 제한하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들이 발생하고 있고 특히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 경기도중 인종차별을 당한 다니엘알베스(바르셀로나)를 옹호하는 전 세계 유명축구선수들


가장 최근의 유명한 인종차별 사건은 2013-14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경기였던 바르셀로나와 비야레알의 경기에서 발생한 바나나 투척사건이다. 비야레알의 원정팀 서포터즈가 코너킥을 준비하던 상대팀 선수 다니엘 알베스를 향해 바나나를 투척한 것이다. 이는 다니엘 알베스를 원숭이에 비유하는 인종차별 메시지를 담고 있는 행위였으나 다니엘 알베스는 당황하거나 불쾌한 기색 없이 바나나를 주워먹은 뒤 경기에 임했고 팀 승리에 일조하며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바나나를 투척한 비야레알 서포터즈는 경기장에 영구 출입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스페인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시 최대 징역 3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


▲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한국과 러시아의 1차전에서 등장한 켈트십자가


이와 같은 사례를 볼 때 켈트십자가 사용에 대한 국제축구연맹의 승점삭감 조치는 충분히 가능이 있지만 한 편으로는 월드컵 역사상 전례가 없다는 점과 영국 일부 언론의 가능성 제기 단계일 뿐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아보인다. 승점 삭감 등 처벌의 수위를 떠나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에서 러시아 응원단의 인종차별과 일본의 전범기 사용은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몰상식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한국의 16강 진출에 악영향이 될 수도 있는 러시아의 승점 삭감


만약 켈트십자가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가 조별리그 승점삭감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사실 한국의 16강 진출 청신호로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현재 한국이 속한 조별리그 H조는 벨기에가 2승으로 1위, 알제리가 1승 1패로 2위, 러시아 1무 1패로 3위, 대한민국은 러시아와 같은 1무 1패이지만 골득실에 밀려 최하위에 랭크되어 있다.


▲ 조별리그 1경기를 앞둔 H조 순위


아직 한국이 완전히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건 사실이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벨기에를 제외하고 한국, 러시아, 알제리가 남은 티켓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하는데 알제리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조건 벨기에를 꺾어야만 한다. 벨기에에게 비기거나 지면 알제리와 러시아의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자동탈락된다. 만약 한국이 벨기에를 꺾었다면 한국은 1승 1무 1패가 되면서 남은 경기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 반드시 잡아야했던 알제리에게 패한 후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대한민국 대표팀


한국이 벨기에를 이겼다는 전제하게 한국이 16강 진출을 하려면 알제리가 러시아에게 지거나 비겨야 하는데 한국으로써 최선의 경우는 러시아가 알제리를 1점차로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 현재 한국은 러시아에게 골득실 1점이 밀려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알제리를 1점차로 이기고 한국이 벨기에를 2점차 이상으로 이긴다면 한국이 벨기에에 이어 조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알제리와 러시아가 비긴다면 한국은 벨기에를 3골 차이 이상으로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 vs 벨기에

(한국은 무조건 승리해야 희망이 있다. 비기거나 지면 무조건 탈락)


↓  한국이 벨기에를 이겼다는 가정하에


알제리 vs 러시아

(알제리가 이기면 한국 무조건 탈락)

(알제리와 러시아가 비기면 알제리와 골득실 계산)

(알제리가 러시아에게 지면 러시아와 골득실 계산)


▲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의 수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한국이 벨기에를 2점차 이상으로 이기고 알제리가 러시아에게 1점차로 지는 것이다. 만약 러시아의 승점 삭감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벨기에를 득점 여부에 상관없이 승리하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잡으면 된다. 


아직 우리가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아예 사라지진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밖에 러시아가 당장 승점 삭감을 받게 돼 16강 탈락이 확정된다면 우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어 보인다. 아직 러시아도 16강 진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알제리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열심히 싸울게 분명한데 승점 삭감으로 16강 탈락이 확정된다면 러시아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져 알제리에게 패하거나 비기게 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벨기에를 잡는다고 할 지라도 알제리보다는 러시아와 골득실을 따지는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로써는 러시아가 알제리를 잡아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러시아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는데 악영향이 될수도 있는 승점 삭감은 우리에게 득될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위 내용은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경우의 수 측면에서 분석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번 켈트십자가 사건, 일본의 전범기 응원 등이 축구장에서 뿌리가 뽑히길 바라고 있고 국제축구연맹에서 더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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