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한국, 마지막 투혼을 보여준 자랑스런 태극전사들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3라운드 한국과 벨기에전은 16강진출을 위한 한국의 마지막 도전과 희망이 담긴 경기였다. 2골차 이상으로 벨기에를 이겨야만 16강 진출에 희망을 걸 수 상황이었기에 대한민국 대표팀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 경기는 한국 뿐 아니라 월드컵 아시아대륙 출전권을 축소해야 된다는 해외언론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에서 AFC(아시아 축구 연맹)소속 국가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라인업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고 선발 멤버도 1,2차전과 거의 동일했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골키퍼가 교체됐다. 1,2 차전 선발로 출전해 부진했던 박주영과 정성룡을 제외하고 김신욱과 김승규를 투입했다. 


▲ 박주영 대신 김신욱을, 정성룡 대신 김승규를 투입한 대한민국의 라인업


예상대로 1,2차전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1.5군 라인업의 벨기에


▲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벨기에의 라인업, 1.5군이지만 무게감 느껴지는 강력한 벨기에


벨기에도 대한민국과 같은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예상대로 야누자이와 미랄라스가 출전했고 드푸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리는 대신 펠라이니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올려 놓았다. 


반 바이텐에게 휴식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선발로 출전했고 룸바르츠를 센터백으로 옮기면서 좌측 풀백 자리에 베르퉁엔을 포진시켰다. 비록 1.5군이라고는 하나 벨기에의 라인업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러시아의 득점, 데푸르의 퇴장 16강을 위한 모든 시나리오가 완성되다


대한민국과 벨기에의 전반전이 시작되고 5분여가 지났을까. 방송화면 자막 아래 러시아가 알제리에게 선취득점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었다. 이대로 벨기에에게 2골을 넣고 승리한다면 우리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 경기초반 정돈되지 않은 한국 수비진을 휘젓는 미랄라스와 메르텐스


전반 초반 벨기에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미랄라스와 메르텐스는 빠른 스피드로 우리 수비진영을 휘저으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대한민국의 수비라인은 여전히 불안해 보였지만 상대 공격수를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실점위기를 저지했다. 확실히 알제리전과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이 보였다. 특히 정성룡을 대신해 첫 출전한 김승규는 공중볼 경합, 중거리슛 방어 등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 수차례 안정적인 선방을 보여준 김승규 골키퍼


우리도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면서 벨기에의 골문을 노렸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볼이 뜨거나 상대 수비에 가로막혔다. 전반에 보여준 한국의 빌드업 과정은 나쁘지 않았고 특히 박주영을 대신해 출전한 김신욱은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미드필드진과 간격을 좁히며 원활한 빌드업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김신욱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2선의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 전반 종료 직전 김신욱의 발목을 고의적으로 밟는 데푸르


득점없이 서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전반전이 추가시간에 접어 들기 직전 벨기에의 드푸르가 김신욱의 발목을 밟는 반칙을 저질렀고 바로 앞에서 정확하게 반칙장면을 목격한 심판은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 한치의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든 주심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적과도 같은 상황이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전반전 그 모든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러시아가 1-0으로 알제리를 이기고 있었고 벨기에는 1명이 퇴장 당했다. 이제 남은 후반 45분 동안 숫적우세를 바탕으로 2골을 넣으면 한국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투혼을 불살랐던 태극전사들, 감동의 마지막 45분


후반전 시작과 함께 홍명보 감독은 수비수인 한국영 선수를 빼고 공격수인 이근호를 투입했다.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1명이 부족한 벨기에를 숫적우세로 몰아치겠다는 뜻이었다. 후반 초반 이근호가 투입되고 나서 한국은 공격에 주도권을 잡으며 전반전 보다 공격에 활기가 생겼다.


▲ 후반 20분 체력이 떨어진 김신욱을 빼고 김보경을 투입한 홍명보 감독


후반 13분 경 벨기에는 부진했던 야누자이를 빼고 오리지를 투입하면서 전술에 변화를 줬다. 오리지 투입 이후 한국이 잡고 있던 주도권이 벨기에에게 넘어갔고 홍명보 감독은 후반 20분 체력이 떨어진 김신욱을 빼고 김보경을 투입했다.


후반전이 진행되는 동안 알제리가 러시아에게 동점골을 넣으면서 한국에 필요한 득점은 3골이 되어버렸다. 남은 20여분 동안 3골을 넣어야 되는 상황이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마지막 힘까지 짜내며 달리고 또 달렸지만 득점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득점없이 0-0 싸움을 이어가던 후반 28분 홍명보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손흥민 대신 지동원을 투입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벨기에보다 숫적 우위에 있었지만 득점을 위해 더 많이 뛰었던 한국선수들은 점점 지쳐갔고 결국 벨기에의 베르통엔이 리바운드볼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선취점을 기록했다.


▲ 후반 32분 벨기에의 선취점을 기록하는 베르통엔


베르통엔의 득점으로 사실 한국의 16강 진출 희망은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후반전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정말 열심히 뛰었다. 결국 후반 45분과 추가시간 4분까지 끝나고 경기는 벨기에의 1-0 승리로 종료되었다.


넘어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렸던 태극전사들, 졌지만 잘싸웠다


지칠대로 지친 한국선수들은 휘슬과 함께 경기장에 쓰려졌다. 대한민국의 월드컵은 이렇게 끝이 났다.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의리축구다 뭐다 말이 많았던 대표팀이었지만 강호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투지는 국민들이 보고 싶었던 한국축구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들이 받을 비난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뛴 우리 선수들, 비난이 아닌 응원을 받기를 희망한다. 


▲ 벨기에 한국 하이라이트 영상 (다음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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