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8강 진출, 브라질에는 세자르가 있었다

27일 H조 조별리그 3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하루를 쉬고 29일 새벽 본격적인 토너먼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경기는 개최국이자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죽음의 조에서 올라온 브라질 월드컵 다크호스 칠레의 경기였다.


브라질은 감히 비교대상 조차 될 만한 팀이 없는 막강한 포백라인과 네이마르라는 뛰어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다보니 선수들에게 익숙한 환경, 브라질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엎고 브라질 월드컵 우승후보 0순위에 거론되는 팀이다.


칠레는 죽음의 조에서 스페인과 호주를 탈락 시키고 올라온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는 팀으로 알렉시스 산체스가 이끄는 칠레의 공격진은 조별리그에서 총 5골을 합작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팀의 맞대결은 닥공 축구를 구사하는 칠레와 안정적인 수비가 강점인 브라질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창과 방패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수 많은 관심 속에 시작된 브라질과 칠레의 16강 토너먼트 첫 경기는 예상대로 양팀은 막상막하의 전력으로 화끈한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 포스팅에서 네이마르의 컨디션이 브라질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언급 했었는데 이날 경기에서 네이마르의 컨디션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특유의 스피드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장면을 몇 차례 보여주긴 했지만 이날 네이마르는 발끝 감각은 무뎌져 있었고 슈팅은 연신 허공을 갈랐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던 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다비드 루이스가 선취득점을 기록했지만 32분에는 칠레의 산체스가 동점골을 넣어 1-1로 양팀의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도 계속해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지만 칠레의 브라보, 브라질의 세자르가 선방쇼를 펼치면서 결국 후반전과 연장전은 양팀의 득점없이 1-1로 마무리 되었다.


전후반 내내 선방쇼를 펼친 줄리우 세자르 골키퍼


이제 승부차기로 8강 진출팀이 가려지는 긴장된 상황,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직전 중계 카메라에 세자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면서 양팀 골키퍼들이 받았을 중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승부차기가 시작되자 칠레의 첫 번째, 두 번째 키커의 슛을 세자르가 막아냈고 브라질이 승부차기를 최종 스코어 3-2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칠레의 골키퍼 브라보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이날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는 브라질의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였다.


세자르는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이다. 박지성 선수가 QPR에서 주장으로 뛰던 당시 QPR의 골문을 지키던 골키퍼가 바로 줄리우 세자르다. 당시 QPR은 최악의 경기력으로 2부리그로 강등되었지만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한 세자르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야말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인터밀란이 트레블 (리그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 컵대회 우승)을 달성할 당시의 주전 골키퍼였던 세자르는 최강의 골키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후 한다노비치에게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벤치신세로 전락한다.


2012년 8월 QPR로 이적한 세자르는 인터밀란이 트레블을 달성하던 전성기 시절 못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고 팬들은 수준 낮은 팀의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날려 외롭게 골문을 지켜내는 그를 보며 "세자르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괜히 말년에 좀 쉬려고 QPR 왔다가 강제로 전성기를 맞아버렸다"는 우스갯소리도 떠돌았다. 그 만큼 QPR에서 보여준 세자르의 활약은 눈부셨다.


▲ 최악의 팀에서 외로이 골문을 지켰던 과거 QPR의 수호신 세자르


세자르는 국내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선수중 한명이다. 박지성이 뛰었던 QPR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세자르가 보여준 프로다운 모습도 국내 팬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보통 명문팀에서 강등권팀으로 이적하는 나이 많은 선수의 경우는 서서히 하향세를 그리며 팬들에게 잊혀지는 수순을 밟게된다. 하지만 세자르는 자신이 월드클래스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축구선수로서 전성기가 지난 나이임에도 말이다. 


브라질의 8강 진출은 세자르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승부차기 뿐 아니라 경기 내내 칠레의 득점과도 다름없는 슛들을 막아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네이마르도 산체스도 아닌 세자르였고 세자르가 있는 한 그 어떤 팀도 브라질의 골문을 쉽게 넘 볼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세자르는 브라질 대표팀의 수호신이었고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특히 이 번 월드컵 16강 진출팀들은 하나같이 골키퍼들의 뛰어난 활약을 엎고 조별리그를 돌파해 냈다. 역대 어떤 월드컵보다 골키퍼들의 활약이 눈부신 브라질 월드컵, 앞으로 어떤 팀의 골키퍼들이 활약하는지 지켜보면서 경기를 본다면 더 흥미롭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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