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 호박엿 투척, 그들은 축구팬이 아니다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대한민국 대표팀을 향해 호박엿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호박엿을 투척한 사람들은 다음 카페 "너땜에졌어" 회원들로 밝혀졌으며 이들은 "한국 축구는 죽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환영의 자리가 되었어야 할 대표팀 입국 현장은 "너땜에졌어" 카페회원들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과 해단식이 진행되었다.


호박엿을 던진 "너땜에졌어" 카페 회원들은 "축구가 국민에게 엿을 먹였으니 국민이 다시 엿을 돌려주는 게 맞지 않느냐"며 홍명보 감독의 인맥축구를 강하게 비난했다. 필자는 대표팀이 귀국 현장에서 호박엿 세례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대다수의 축구팬들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부터 순탄치 않았던 대표팀이었고 결국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은 사실이지만 선수들을 향해 엿을 던진 그들이 진정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동이었는지 의심이 든다.


▲ 해단식 중 엿 세례 받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 : 코리아타임스 US)


이들은 엿을 던진 이유로 "선수들이 죄송한 표정 없이 당당해서, 축구가 국민들에게 엿을 먹였다."라고 밝혔다. 어이가 없고 억지스러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축구가 국민들에게 엿을 먹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대로 엿을 던진 그들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K-리그의 흥행은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구단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있으며 뛰어난 선수들은 경쟁력을 잃은 K-리그를 떠나 유럽, 일본, 중국, 중동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니 축구팬으로서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난 4년간 무려 3명의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최소 2년은 팀을 맡아야 팀의 컬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걸 감안했을 때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기용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최강희 감독은 임기는 희한하게도 월드컵 지역예선까지만 이었다. 시한부 감독은 당연히 선수를 비롯한 대표팀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대표팀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잡음이 들려왔다. 이후 기성용을 비롯한 유럽파 선수들과 최강희 감독의 불화가 사실로 밝혀지며 많은 논란이 되었다. 


최강희 감독에 이어 월드컵 본선 무대를 지휘할 감독으로 홍명보가 임명되었지만 월드컵까지 주어진 시간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세계적 명장인 무리뉴, 퍼거슨을 데려와도 1년 만에 대표팀을 꾸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의리 선발은 어쩌면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유일한 돌파구였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6월 말 사령탑에 오른 홍명보는 월드컵 전까지 선수들 얼굴 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한축구협회의 주먹구구식 대표팀 운영에 있다. 축구협회는 홍명보가 "의리축구"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애초에 최강희를 월드컵 예선까지만 맡게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최강희 감독이 스스로 월드컵 예선까지만 감독을 맡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 축구 협회는 처음부터 월드컵 본선 준비를 11개월로 계획한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월드컵의 부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났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거론되지 않고 비난의 화살이 선수들과 홍명보 감독에게만 집중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그들이 진정 대한민국 축구를 생각하는 팬이라면 선수들에게 엿을 던지는 행위는 자제했어야 했다. 그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엿 세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선수단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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