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와 달랐던 브라질의 성공한 의리 축구

8강에 안착하며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인 브라질 대표팀도 의리 축구 논란에 홍역을 치른 팀이다. 남미 전통의 축구 강호인 브라질 대표팀은 3팀으로 나와도 3팀이 모두 우승전력 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고 그만큼 뛰어난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 국민들로부터 논란이 되었던 의리 선발 논란의 주인공은 지난 칠레와 브라질의 16강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줄리우 세자르이다. 과거 QPR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친근한 골키퍼다. 


브라질의 의리 축구, 2부 리그에서 주전 경쟁 밀린 세자르가 대표팀에?


세자르는 2012년 8월 인터밀란에서 QPR로 이적해 12/13 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고 이후 로버트 그린에게 주전 자리마저 뺏기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 했다. QPR 감독인 레드냅은 고액 연봉자였던 세자르를 방출 시키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고 과거 레드냅과 함께 했던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레드냅은 남미 선수들을 좋아하지 않는 소문이 무성했다. 결국 세자르는 유럽리그보다 낮은 수준의 미국 MSL 토론토 FC로 임대되는 신세가 됐다.


세자르는 늘 실력에 비해 저평가 받던 선수였다.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인테르 시절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팀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팀의 주축 선수였지만 무리뉴 감독이 인테르를 떠난 후 감독과 불화설을 겪었고 이후 한다노비치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 신세가 됐다. QPR에서도 눈부신 선방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레드냅과의 불화설로 MSL로 임대됐다. 



QPR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MSL로 이적한 순간 세자르가 브라질 대표팀에 승선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넘쳐나는 브라질 스쿼드에 잉글랜드 2부 리그 QPR에서조차 주전 경쟁에 밀린 MSL 임대 골키퍼가 들어올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런 선수가 대표팀의 라인업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자존심 강한 브라질 국민들이 허락할 리 없었다.


브라질의 수문장으로 오랫동안 활약한 골키퍼였지만 스콜라리 감독으로서는 세자르를 대표팀에 발탁할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 여론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스콜라리 감독은 세자르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고 결국 세자르를 팀의 주전 골키퍼로 발탁했다. 이후에도 스콜라리 감독은 "여전히 세자르가 최고다."며 비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세자르를 주전 골키퍼로 기용했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브라질의 영웅, 줄리우 세자르


브라질 국민들은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가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세자르는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조별리그에서 단 2골만 허용하며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었고 특히 칠레와의 16강 전에서 자신이 왜 대표팀에 뽑혔는지 스스로 증명해냈다.


브라질은 세계 최강의 포백라인을 구성하고 있는 팀으로 마르셀루, 다니엘 알베스, 다비드 루이스, 티아구 실바가 포진한 포백라인은 비교 대상조차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조별리그의 팀들은 브라질의 포백라인을 뚫어내지 못했고 세자르가 활약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16강전에서 만난 칠레는 달랐다. 산체스가 이끄는 칠레의 공격편대에 브라질 포백라인은 휘청거렸고 경기 내내 브라질의 골문은 칠레의 공세에 위태로워 보였다.


브라질 대표팀이 칠레에게 일격을 당할 수도 있었던 위기의 순간에 세자르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테르의 트레블을 이끌었고 홀로 고군분투하며 QPR의 골문을 지켜냈던 내가 아는 월드클래스 골키퍼의 모습이었다. QPR에서 주전 경쟁 밀려 MSL로 임대 나간 퇴물 골키퍼는 눈을 씻고 찾아래야 찾을 수 없었다. 



양 팀 골키퍼들의 맹활약 속에 전후반과 연장전을 무승부로 마친 브라질과 칠레는 승부차기에 접어들었고 세자르의 손에 브라질의 8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이 왔다. 의리 선발이라며 세자르의 대표팀 승선을 반대하고 비난했던 국민들은 세자르를 연호하며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세자르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승부차기 직전 카메라에 잡힌 세자르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을 흐르고 있었다.


결국 이 경기는 1,2 번 키커의 슛을 선방한 세자르 활약으로 브라질이 칠레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세자르가 없었다면 칠레가 이겼을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경기였다. 세자르가 브라질을 구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자르는 MOM에 선정되었고 웃음 띤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세자르의 대표팀 승선에 의리 선발이라며 비난 여론을 조성했던 브라질의 취재진은 세자르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할 때까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박수는 세자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됐다.



브라질의 의리 축구는 홍명보호와는 달랐다. 감독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수를 끝까지 믿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세자르는 스스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민들의 우려를 잠재웠으며 소속팀 감독인 레드냅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했을 뿐더러 국민들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에서의 잡음은 모두 사라지게 마련이다. 오히려 잡음이 많을수록 결과는 더욱 빛이 나고 큰 감동을 준다. 홍명보호의 의리 축구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브라질 대표팀의 의리 축구는 선수와 감독의 신뢰와 믿음이 빛난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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